FREEGAME [정동칼럼]더 큰 권력이 주어졌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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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5-08-15 10:29 조회 2회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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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투표권법은 실효성을 잃어가고 있다. 연방 하원 의석수가 두 번째로 많은 텍사스주의 게리맨더링이 지금 쟁점이다.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대도시 지역구를 외곽의 공화당 우세 지역과 분산·통합하는 선거구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텍사스에 배정된 연방 하원 38석 중 현재 공화당이 25석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방안이 채택되면 다음 선거에서 공화당이 의석을 30석까지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식의 선거구 조정이 가능해진 이유는 연방대법원이 지속적으로 투표권법을 무력화했기 때문이다.
연방대법원은 2013년 셸비 카운티 판결에서 인종차별적 선거구 획정을 막기 위한 핵심 조항을 위헌으로 선언했다. 2019년 노스캐롤라이나주 선거구 획정 사건에서는 “정당 편향적 선거구 조정은 법원 관할이 아닌 정치적 사안”이라 판시했고, 2024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사건에서는 “게리맨더링이 어느 인종에 불리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만으로 차별적 의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런 뉴스를 보며 투표권법을 입법한 린든 존슨 대통령의 연설을 다시 찾아 읽었다. 투표권법이 발효된 것은 1965년 8월의 일이지만, 그해 3월15일 존슨 대통령이 전국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의회에서 투표권법 제정을 호소한 특별연설은 역사를 가른 결정적 순간으로 꼽힌다. 그 며칠 전 앨라배마주 셀마에서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이끄는 흑인들이 투표권을 요구하며 행진하자 경찰이 이를 유혈 진압해 미국 사회에 충격을 주었고, 존슨 대통령은 그 정치적 모멘텀을 놓치지 않았다.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가 되어 처음 일한 곳은 텍사스주 커툴라에 있는 멕시코계 미국인들이 다니는 작은 학교였습니다. 학생들 대부분은 영어를 제대로 못했고, 저는 스페인어를 거의 몰랐습니다. 학생들은 가난했고 대부분 아침을 거른 채 등교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이지만 그들은 차별의 설움을 알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왜 자기들을 싫어하는지 이해는 못했지만, 그들의 눈을 보면 차별받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 알고 있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지만, 나중에 그들이 인생에서 겪을 어려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제가 그나마 가진 지식을 가르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의 연설은 이어진다. “1928년 당시에는 1965년에 제가 이 자리까지 오를 것이라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르쳤던 학생들의 자녀 세대를, 같은 처지의 다른 국민을 도울 수 있는 자리에 오르리라고 상상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회가 주어졌고, 지금 여러분에게 말씀드리는데, 저는 그 권력을 사용할 것입니다.”
미국의 투표권법은 선거제도가 다른 한국과 접점은 없다. 지금의 미국을 생각하면 이런 연설은 지나간 추억이라 여길지 모르겠다. 존슨의 개인적 품성, 베트남전 개입에 관해서는 비판과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그는 권력이 주어졌을 때, 자기가 어디서부터 왔는지 잊지 않았고, 공동선을 위해 권력을 행사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부통령으로 끝날 것 같던 정치인이 예상치 못하게 권력의 정상에 오르자 노예해방 후 100년 넘게 안 되던 일을 2년도 되지 않아 해냈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직후 예상을 깨고 민권법 제정에 나섰다. 1964년 대선에서 압승하고 마침내 자신의 이름으로 선출된 임기를 개시한 직후인 권력의 정점에서, 그는 자신이 가르쳤던 차별받는 학생들을 떠올렸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 권력을 행사했다.
인종별로 화장실도 따로 쓰는 사회로 남았다면 미국은 지금 같은 발전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인종차별 철폐는, 여러 대가를 계산하고 감수하며, 사회 진보와 소수자 보호를 현실에 구현한 정치적 결단이었다. 상황과 맥락은 다르지만 지금 한국도 그런 일은 필요하다. 탄핵과 대선을 거치며 많은 사람이 권력의 자리에 올라섰다. 더 큰 권력이 주어졌을 때,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기억하고 대의를 위해 이를 사용할 정치인과 공직자를 기대한다.
어제(11일)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첫 특별사면이 결정되면서 뉴스도 온종일 들끓었습니다. 특히 입시비리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사면이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죠.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유력 정치인이나 재벌이 포함되면서 늘 논란을 피할 수 없었어요. 오늘 점선면은 매번 반복돼 온 ‘사면 논란’의 역사부터 이번 특별사면을 둘러싼 갑론을박, 사면이라는 제도에 대한 여러 관점까지 한눈에 정리해보겠습니다.
이 대통령이 어제(11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2188명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을 결정했습니다. 조 전 대표와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최강욱·윤미향 전 의원,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등 여권 인사들이 여럿 포함됐습니다. 국민의힘에서도 홍문종·정찬민·심학봉 전 의원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사면 대상자들이 받았던 주요 혐의를 간단히 되돌아보겠습니다. 조 전 대표와 정 전 교수는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의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최 전 의원도 조 전 대표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써 준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윤 전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 일부를 횡령한 것이 대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조 전 교육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해직 교사들을 부당하게 특별채용한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어요.
홍 전 의원은 사학재단 이사장으로 지내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정 전 의원은 경기 용인시장으로 재직하면서 부동산 개발업체에 편의를 제공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형이 확정됐어요. 심 전 의원은 정부 중소기업 육성사업 선정을 돕겠다며 업체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아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이 외에도 거액의 횡령·배임을 저지른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에 연루된 장충기 전 삼성전자 사장, 윤석열 정부 때 파업을 벌이다가 형을 받게 된 노동자들 등도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사면은 국회 동의가 필요한 일반사면과 대통령 권한인 특별사면으로 나뉩니다. 일반사면은 특정한 죄에 대해 그 죄를 지은 이들을 사면하는 것인데요. 역사상 7번밖에 없었고 마지막 사례는 1995년이었습니다. 오늘은 특별사면에 대해서만 다루겠습니다.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언제나 큰 논란을 불렀습니다. 여권 인사에 대한 사면은 ‘우리 편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고, 야권 인사를 함께 사면해도 ‘구색 맞추기’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죠. 사면받는 자가 어떤 죄를 지었는지에 따라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요.
가장 파장이 컸던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용서와 통합을 보여줬다는 호평도 있지만, 사면된 두 전직 대통령이 너무 큰 죄를 저지른 만큼 비판도 거셌죠. 역사의 심판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사례들도 비슷한 맥락에서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이뤄진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도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 국민통합이 이뤄졌는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국정농단 사건 주범인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사면했습니다. 이런 사면이 반복될수록 권력자들에게는 ‘범죄를 저질러도 조금만 버티면 사면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도 하죠.
정치적인 노림수를 대놓고 드러낸 사례도 있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청와대 특별감찰반 감찰 무마 폭로 사건’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을 확정판결 3개월 만에 사면한 게 대표적입니다. 김 전 구청장은 사면 2개월 뒤인 2023년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했어요. 비록 낙선했지만, 당시 정부가 김 전 구청장을 선거에 내보내기 위해 무리한 사면을 했다는 의혹이 남았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찬반이 가장 격렬하게 부딪히는 건 조 전 장관 등에 대한 사면입니다.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과도했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비리라는 죄목이 사면받기에 적절하냐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정의당은 “‘공정’과 ‘책임’이라는 우리 사회 최후의 기준을 무너뜨리고, 사회 통합을 오히려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어요. 조 전 장관 등에 대한 사면 논란은 최근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도 일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사면을 결정한 데에는 ‘비판을 받더라도 이왕 할 거면 일찍 하는 게 낫다’는 판단,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과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목적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은 조 전 장관 등 사면에 거세게 반대하지만, 사실 국민의힘도 할 말은 없습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이번에 사면받은 국민의힘 전직 의원들의 사면을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청탁한 사실이 드러났거든요. 사면을 ‘정치적 거래’로 활용하려 한 건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라 비판이 공허하게 들릴 뿐입니다.
누구를 사면하는지와 관계없이 대통령의 특별사면 제도 자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관점도 있습니다. 사면에 찬성하는 이들은 100% 완벽할 수 없는 사법부의 판결을 조정하기 위해서라도 사면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사면은 행정부가 사법부의 결정을 뒤집는 것인 만큼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는 시각도 많아요. 기본적으로 군주제 시대의 유산인 사면이 삼권분립과 잘 조화되려면 깊은 고민이 필요하죠. 현재 한국의 특별사면 제도는 대통령이 마음을 먹으면 사실상 그대로 되는 구조입니다.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있지만 9명 중 5명을 공무원으로 채울 수 있거든요.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사면을 많이 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경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399명,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189명,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13명을 사면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237명을 사면했고, 두 번째 임기에서는 현재까지 약 1500여명을 사면해 비판을 받았죠. 독일과 프랑스 등은 사면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실제 사면 횟수도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반면 한국은 지난해에도 2043명을 특별사면하는 등 매년 수천명에 대한 사면이 이뤄집니다.
억울한 누명을 쓴 범죄자나 탄압 피해자, 어쩔 수 없이 범죄에 내몰린 생계형 범죄자 등에 대한 사면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정치인이나 유력자에 대한 사면은 여전히 매년 거센 논쟁을 부릅니다. 사회통합이라는 명분은 늘 무색해지곤 합니다. 공정한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소모적인 논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차제에 대통령 사면권 행사의 요건과 한계·범위를 구체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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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국민연금 개혁은 여야 주요 정당 합의로 이뤄졌지만 이후 연금을 둘러싼 사회갈등은 줄어들지 않았다. 특히 언론은 국민연금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불안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세대 간 불공평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길 계속 권하고 있다. “‘세대갈등’ 번진 연금문제…폭탄 떠넘기기 멈출 구조개혁 시급”이란 며칠 전 뉴스 보도가 대표적이다. 언론은 시민들이 세대별로 내는 돈이 같아야 공평하고, 앞세대 부양 책임은 폭탄이며, 연기금이 없으면 연금제도가 존립할 수 없는 것처럼 바라보게 만들고 있다.
연금에서 세대 문제가 이슈가 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연금개혁 원칙의 하나로 세대 간 공평성을 거론하고, 세대별 차등보험료와 인구 고령화에 따라 연금액을 자동으로 떨어뜨리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을 정부안으로 제시할 때부터였다. 윤석열 정부 연금개혁안은 폐기됐고 내란 세력도 정치권력을 잃었지만, 국민연금과 세대 간 불공평성 담론은 끈질기게 남아 증폭되고 있다.
그렇다면 연금에 관한 세대 간 불공평성 담론은 어떻게 사실을 왜곡하는가? 우선 이는 젊은 세대에게 연금제도 구조를 바꾸면 앞세대 부양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벗어날 수 있다는 환상을 갖게 한다. 젊은 세대만으로 신연금을 따로 만들자는 주장, 연금액이 확정되지 않는 확정기여식으로 바꾸자는 주장, 윤 정부의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이 해당하는 것 같다.
앞세대 부양을 폭탄으로 묘사하면서 젊은 세대에게 각자 자기 노후만 알아서 책임지라는 것인데, 생각해보자. 각자 자기 노후만 책임지는 그런 사회가 정말 가능할까? 국민연금을 통해 앞세대가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받지 못하면, 뒤세대는 사적인 부양 책임을 늘리고 빈곤 노인 지원을 대폭 확대할 수밖에 없다. 마치 구조개혁을 하면 부양 책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처럼 말하지만, 조금만 시야를 넓혀 바라본다면 인구가 고령화되면 어떤 형태로든 부양 책임을 늘려가는 것은 불가피하다. 구조개혁으로 앞세대 부양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처럼 말하는 것은 거짓이다.
또한 연기금이 없으면 연금을 못 받는다는 통념을 반복하고 있다. 독일·프랑스 등 많은 나라는 연기금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연금제도를 운영한 지 오래다. 국민연금 기금은 고령화로 인한 지출 급증에 대비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끝없이 쌓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인구 안정기에는 그럴 필요도 없다. 즉 연기금은 연금재정의 보조 수단이다. 더욱이 금융화된 연기금의 가치는 결국 금융시장의 등락에 좌우되는 것이라 이것이 공적연금 재정 안정의 원천이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미래 연금재정의 기초는 미래의 생산 규모와 생산성이다. 근간은 청년과 노인을 비롯한 미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역량이다.
보험료 폭탄이란 말이 미래 국민연금 지출을 감당할 수 없는 규모라 단정하고 있고, 연금재정 문제가 본질적으로 세대 문제가 아닌 계급 문제임을 가리고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소득대체율 인상이 미미한 수준인 만큼 먼 미래 국내총생산(GDP) 대비 10% 내외의 연금 지출은 이미 여러 나라가 하고 있는 수준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얼마만큼을 부담할 것인가이다. 사회보장 재정의 중요 원칙 중 하나는 ‘부담능력에 따른 부담 원칙’이다. 플랫폼 기업의 사회보험료 책임, 자본소득 등까지 포괄하는 사회연대세, 상한 이상에 대한 고소득층의 보험료 추가 부담 등 연금재정에 다양한 방안이 적용·제안되는 이유다.
어찌 보면 재정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자본과 고소득층이 구체적으로 얼마만큼을 더 부담하도록 할 것인가가 미래 연금정치의 핵심 이슈다. 기금고갈론과 세대 간 불공평이란 거짓과 환상이 이런 해법을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우리 사회가 노후 보장에 대한 좋은 답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12·3 불법계엄 관련 국민의힘 지도부의 국회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계엄 선포 직후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홍철호 전 정무수석과 통화한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추 전 원내대표가 계엄 당시 홍 전 수석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윤석열 전 대통령과 연이어 통화한 경위를 수사 중이다.
1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특검팀은 추 전 원내대표가 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홍 전 수석과 통화한 내역을 확인해 경위를 살펴보고 있다. 추 전 원내대표는 홍 전 수석과 통화를 마친 뒤 오후 11시12분쯤 한 전 총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후 오후 11시22분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특검팀은 지난해 12월3~4일 계엄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가 당 소속 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추 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해 12월3일 계엄 선포 직후 의원총회 소집 장소를 여러 차례 바꿔 공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의도 중앙 당사와 국회 본청에 흩어져 당시 108명 중 18명만 표결에 참여했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약 1시간 뒤 추 전 원내대표와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추 전 원내대표 등이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당 소속 의원들의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팀은 추 전 원내대표가 홍 전 수석, 한 전 총리, 윤 전 대통령과 연이어 통화한 내용과 경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추 전 원내대표가 당 소속 의원들에게 이들과의 통화 내용을 공유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특검팀은 추 전 원내대표가 이들로부터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 방해를 요청받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계엄 해제를 위한 본회의를 개의하려던 상황이었는데도 추 전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소집 장소를 당사로 변경하고 본회의 집결을 공지하지 않은 데 주목하고 있다.
추 전 원내대표는 홍 전 수석과 한 전 총리와의 통화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 관련 논의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에서 당사로 이동하던 중 계엄 관련 상황을 물어보기 위해 이들에게 전화를 걸었고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정국을 우려하는 대화를 나눈 게 전부라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그로부터 ‘계엄을 사전에 알리지 못해 미안하다’고 들었다고 주장한다.
또 추 전 원내대표는 당초 국회로 의원총회를 소집한 뒤 국회로 이동했다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실에서 국회 통제를 이유로 최고위원회의 장소를 당사로 바꾸자 의원총회 장소도 당사로 변경했다고 주장한다. 이후 국회가 제한적으로 출입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의원총회 장소를 다시 국회로 바꾸고 국회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이어 국회 출입이 통제되자 다시 당사로 의원총회 장소를 바꾸게 됐다는 게 추 전 원내대표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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