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호’ 출범 후 첫 본회의서 여야 충돌···필리버스터 국면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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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작성일 25-08-06 17:23 조회 4회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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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출 이후 처음 열린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가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이 KBS 지배구조 개편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시도하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하며 저지에 나섰다. 방송법 개정안은 7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오는 5일 필리버스터가 종결된 후 여당 주도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 부의된 여야 쟁점법안인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2차 상법 개정안 중 방송법 개정안을 가장 먼저 상정했다.
애초 노란봉투법이 우선 상정 법안으로 거론됐지만 본회의 전 우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회동을 하고 법안 상정 순서를 합의했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중 무엇을 먼저 처리할지를 두고 고민을 이어왔는데 방송법 개정안 우선 처리에는 “언론·사법·검찰개혁 전광석화 입법”을 내세운 정청래 신임 대표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 107명은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국회법상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청하면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성향 시민단체, 민주노총에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언론개혁·방송개혁인가”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 대다수는 필리버스터에 반발하며 본회의장을 떠났다. 일부 남은 민주당 의원들은 “방송법 개정안은 방송을 국민의 손에 돌려주기 위한 법”이라고 외쳤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 진보당과 함께 필리버스터를 종료할 수 있는 의석(재적의원 5분의 3)을 확보한 상태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 종료는 개시 24시간 이후부터 가능하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5일 본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신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시작한 지 2분 만인 이날 오후 4시3분에 방송법 개정안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서를 제출했다.
여당은 나머지 쟁점 법안도 8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21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법안 역시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예고했지만 민주당은 마찬가지로 국회법에 따른 토론종결 표결 이후 법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개혁입법 드라이브와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계속 부딪히면서 정국이 경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MBTI의 광풍이 조금 수그러드는가 싶더니, 다시 새로운 분류 체계가 나타났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했던가? MBTI의 16가지보다 훨씬 단순한 이분법은 이른바 ‘에겐/테토’ 구별법이다. 에스트로겐(외래어 표기법은 ‘에스트로젠’이지만 여기서는 유행하는 용어를 따른다)과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에 사회적 규범인 ‘여성성’과 ‘남성성’을 투영하여 테스토스테론이 많으면 주도적이고, 직설적이고, 단순한 성향을 띠고, 에스트로겐이 많으면 다정하고 섬세하고 수동적인 성격이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에스트로겐이 많은 ‘에겐녀’는 전통적인 여성상,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테토남’은 전통적인 남성상을 일컫는다. 이 규범에 속하지 않으면 ‘남성이지만’ 에스트로겐이 많은 ‘에겐남’, ‘여성이지만’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테토녀’로 불린다. 호르몬으로 사람을 구별한다는 것이 다소 황당하지만, 에겐-테토 구별법(이하 ‘에토 밈’)은 최근 인터넷 콘텐츠에서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포진하며 유행 중이다. 문화인류학자로 불리는 강유미가 유튜브에 <에겐남에게 끌리는 이유>라는 패러디 영상을 업로드했고, 댄서 또또와 남편 어버의 러브 스토리는 ‘테토녀와 에겐남’으로 불리며 한 방에 조회수를 터뜨렸다. 최근에는 공중파 TV까지 진출해서 전성기가 끝났다는 진단을 받기도 했는데…이쯤 되면 기시감이 든다. 그렇다. 에토 밈은 그간 숱하게 반복되어온 ‘상남자/천상여자’, ‘선머슴’ , ‘초식남/육식녀’의 도식에서 눈 밑에 점만 찍고 돌아왔다. 이번에 찍은 점이 호르몬 모양일 뿐. 그렇다면 ‘왜’, ‘지금’ 이러한 구별법이 이만큼의 대중적 호소력을 가지는지, 무엇을 설명해준다고 느끼는지 같은 질문을 던질 때다.
먼저 에토 밈의 비판할 지점부터 짚고 넘어가자. 범박하게는 이분법적 구도의 한계가, 젠더 정치적으로는 성별 고정관념과 성차의 자연화에 문제가 있다. 이분법이란 무엇인가? 이것 아니면 저것, 세상이나 대상을 두 가지로 나누고 그 구별 안에서만 사고하고 평가하는 방식이다. 테토와 에겐,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거나 또렷하게 나뉘는 존재가 아니다. 주도적이면서 수동적일 수 있고 헬스장에 가서 쇠질을 하면서도 섬세할 수 있다. 개인의 성격이 절대적 고정값이 아니라는 사실은 속한 집단에서의 위치나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면모(사회적 가면, 페르소나)에서도 쉽게 드러난다. 지나친 일반화와 단순화. 이분법의 문제는 이처럼 뻔하지만, 바로 그 단순명료함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점이 포인트다. 보편적인 문화 관습에 기대어 성향을 설명하고, 이를 타인과 공유하는 행위는 편리함과 소속감을 보장한다. “걔가 테토녀잖아.” 이 한 마디가 압축하는 설명과 맥락의 경제성은 또 어떻고. 알 수 없는 알파벳의 조합이었던 MBTI보다 외우기 쉽고, 혈액형만큼 직관적이며, 평생 학습한 성역할 규범이 이해의 어시스트를 넣는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태초에 ‘남자다운 남자’, ‘여성스러운 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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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에토 밈의 유행은 대놓고 ‘남자답다’, ‘여성스럽다’라는 단어를 쓰기는 조심스러워지고, 성별 규범에서 어긋나는 면을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성인지 감수성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겠다. 과거 일본에서 ‘초식남’과 ‘육식녀’라는 말이 넘어왔지만, 아직 부드러운 남성성과 주도적인 여성성에 대한 수요나 이해의 토양이 부족했던 시기였기에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성별 고정관념에 기반하거나 이를 강화하는 표현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 현대인의 교양, 그럼에도 실재하는 규범적 여성성과 남성성을 언급하게 되는 2025년의 딜레마를 에토 밈이 구원한 셈이다. 하지만 이분법의 한계 역시 명확하여, 결국 에겐남이지만 테토 성향이 있다거나, 테토녀지만 에겐 성향이 있다는 혼종도 슬금슬금 등장하는 추세이다. 성별 고정관념과 성차의 자연화 문제는, 규범적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성찰 없이 특정 성향을 마치 호르몬처럼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상상하게 한다는 점이다. 남성성과 여성성은 사회문화적인 관념이고, 시대와 문화권과 권력에 따라 달라지며, 수행과 실천으로 구성된다. 욕심과 자기애를 마음껏 드러내는 4세대 걸그룹 노래 가사처럼, 이제는 조롱의 의미로 바뀌어버린 ‘상남자’의 용례처럼(혹시 BTS의 ‘상남자’처럼 이 시대에는 ‘테토남’이라는 노래도 나올 수도 있을까?!). 주도적이거나 단순하다거나 리더쉽이 있다는 성향이 애초에 왜 남성성-테스토스테론으로 분류되는지, 주도적인 여성은 그 자체가 아니라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즉 ‘남성성’을 소유한 여성으로만 설명되는지, 에겐남 묘사가 결국은 교묘하게 ‘여성성’을 피곤하고 쩨쩨한 것으로 멸시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지 등을 고민해 보면 이 밈을 맘 편히 즐기기 어렵다.
특히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여자나 에스트로겐이 많은 남자 같은 표현을 쓰면서도 실제로 외모에서 다른 성별의 특색이 보이면 혐오하거나 조롱하는 태도는 우려스럽다. 에토 밈에서 허용하는 테토녀는 어디까지나 옷차림이나 헤어 스타일, 태도, 가치관 정도의 수준이다. 앞서 언급했던 댄서 또또는 ‘수컷녀’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터프하고 독특한 행동으로 큰 인기를 끄는데, 그는 누가 봐도 사랑스러운 여성의 외양이며 기혼자다. 규범적으로 ‘충분히 여자’라는 알리바이가 있을 때에만 여성적이지 않은 면모도 ‘테토녀’라는 이름으로 승인받는 것이다. 털이 많다거나, 몸에서 남성적인 선이 보이는 여성, 남성적 수행을 하는 부치, 호르몬 치료를 받는 트랜스젠더 등은 에토 밈 세계관에서 철저히 비가시화된다. 애초에 에토 밈 자체가 연애 상담 블로그와 인스타툰에서 흥한 만큼, 이성애를 전제로 하면서 ‘어떤 스타일이 나에게 맞는지’ 탐색하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퀴어에게 테토녀나 에겐남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이유다. 에토 밈의 핵심을 꿰뚫는다며 온라인상에서 많은 공감을 산 표현이 있다. “테토녀 에겐남, 이거 그냥 갱년기 아닌가.” 나이가 들면 남자는 여자처럼, 여자는 남자처럼 변한다는 말이 경험에 근거한 사실로 군림한다. 성별에 따른 성향이 시기나 이유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면, 애초에 이분법적 구별 자체도 환상일 수 있다. 『조선의 퀴어』(박차민정, 현실문화, 2018)에서는 성별이분법에서 벗어난 존재도 그럭저럭 촌락공동체 안에서 어우러져 살았던 시대를 조명하며, 일제강점기 이후 식민지 정부의 단속과 의료적 개입이 개인을 민족이나 성별 같은 근대적 경계 안으로 포섭하여 통치하기 시작한 과정을 추적한다. 행정과 의학의 차원에서 성별을 고정하고, 공적 공간을 효율적으로 분할 통치하기 위해 각 성별에 걸맞은 외양과 행동을 세분화하고 통제한 역사를 살펴보는 작업은 공고해 보이는 성별이분법과 성 역할의 권위에 균열을 낸다.
그런데 이처럼 호모포빅한 면이 있는 에토 밈은 동시에 긍정적 전유가 가능하다. 개인은 평생 체화해온 문화 규범과 타고난 기질 안에서, 법적 성별에 부여된 규범과 일치하거나 불일치하는 성향을 모두 지닌다. 밈은 기존의 성별이분법에 맞지 않는 개인의 성향이나 관계성을 드러낼 때 부담 없고 유머러스하게 쓸 수 있다. 남성적이지 않으면 쉽게 여성화되어 멸시받고, 여성적이지 않으면 ‘무슨 여자애가’로 시작하는 육성 팔만대장경을 들으며 살아온 세상에서 자신을 테토녀나 에겐남으로 설명할 때 드는 안도감이나 해방감을 마냥 폄하할 수 있을까? 이는 이성애 커플 중에서 기존의 성 각본과 다른 결로 관계 맺고 존재하는 이들에게도 적용된다. 쉐프 정지선이 남편과 출연한 영상에 테토녀-에겐남이라는 수식이 붙었는데, 정지선의 남편은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반면 정지선은 한없이 무덤덤하다. 정지선의 남편은 결혼할 때 아내의 스드메까지 자신이 다 직접 찾아보고 예약했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전형적인 아내-남편 관계와는 다른 양상이다. 실제로 연애 프로그램에서 자주 목격되듯, 다정다감하고 잘 돌보는 성향은 이 시대의 새로운 남성성으로 부상한지 오래다. 여전히 ‘주도적이고 무심한 남자-섬세하고 다정한 여자’ 같은 도식을 강하고, MBTI의 틀을 빌려 ‘남자는 T(사고형), 여자는 F(감정형)’을 반복 재생산하는 현실에서 사소하게나마 다른 관계성을 미디어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다면 좋지 아니한가.
사회 속에 존재하는 한, 특정 용어와 해석으로 자신을 설명하고 타인을 파악하려는 욕망은 시들지 않는다. 이번 절기의 유행인 에토 밈은 기존의 성별이분법과 성역할에 기대어 규범 외의 존재를 대중적으로 포섭하려는 시도이자, 그 자체로 이러한 구별이나 성 각본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증명한다. 이중적인 파생 효과를 바라보며 다음 유행을 상상해 본다. 태어난 날짜, 혈액형, 자기보고 검사, 호르몬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오는 다음 주자는 아무래도…혈당?
▼ 이진송 계간 홀로 발행인
11조원이 넘는 정부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끌어와 대구경북신공항(TK신공항)을 짓겠다고 한 대구시의 계획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독단으로 결정된 사안이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이 계획안은 현재 재정 조달 문제에 직면해 있다.
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홍 전 시장은 재임 시절인 지난해 하반기 정부의 ‘공자기금’을 융자하는 형태의 TK신공항 건설비용 마련안을 확정했다. 시가 신공항 건설 목적의 지방채를 발행하면 정부가 공자기금으로 해당 지방채를 사들이도록 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게 골자다.
당시 신공항 추진 실무진은 공자기금 융자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반대했다. 해당 방안을 명시한 시 내부 문서에 ‘동의’를 의미하는 날인조차 실무진이 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홍 전 시장은 계획안을 고집했고, 결국 내부 문서에는 홍 전 시장만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통상 굵직한 사업이나 정책을 추진할 때는 지자체장과 함께 국·과장급 공무원들도 ‘동의한다’는 의미로 서명한다”면서 “(홍 전 시장만 서명했다면) 사업에 문제가 생길 경우 홍 전 시장이 혼자 책임지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TK신공항 건설사업은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 중이다. 시가 새 이전부지에 군공항을 먼저 건설한 후 정부에 기부한 뒤, 이전 군공항 터를 이양받아 개발해 얻은 수익으로 건설비를 충당하는 방식이다. 대구시는 전액 국비(2조5768억원 예상)가 투입되는 민간공항을 제외하고, 군공항 건설에만 11조5393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홍 전 시장은 당초 공공기관과 민간이 공동출자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해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문제로 결국 SPC 방식은 철회했다.
이후 등장한 게 공자기금 융자안이다. 당시에 이미 공자기금 융자에 따른 막대한 이자 문제 등 비판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시는 끝내 공자기금 조달안을 강행했는데, 거기에 홍 전 시장의 ‘독단’이 작용한 셈이다.
홍 전 시장 사퇴 후에도 시는 여전히 공자기금 융자안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현재 방안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TK신공항 특별법’을 개정해 이자 등 초과 사업비에 대한 국가의 재정지원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계획대로 공자기금을 끌어오려면 기획재정부의 내년도 기금운용계획안에 TK신공항 건설사업이 명시돼야 한다. 지난번 기재부 1차 심의에서 이 사업은 기금운용계획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TK신공항을 국정과제에 반영시키기 위해 최근 국정기획위와 이재명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12·3 불법계엄의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계엄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을 처음으로 소환 조사했다. 특검은 앞서 외환 의혹이 담긴 노 전 사령관의 수첩 내용을 분석한 데 이어 그가 계엄 전 여러 차례 찾은 무속인을 출장조사하는 등 주변 인물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은 4일 오전부터 노 전 사령관을 내란방조 혐의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민간인 신분으로 불법계엄을 모의한 혐의로 기소된 노 전 사령관은 구속된 상태다. 그가 작성한 이른바 ‘노상원 수첩’에는 ‘엔엘엘(NLL·북방한계선) 인근에 북의 공격 유도’ ‘북의 침투로 인한 일제 정리할 것’ ‘오물 풍선’ 등이 담겨 외환 혐의와 관련해서도 주요 가담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재판에 넘겨지지 않은 제3자의 내란방조 혐의와 관련해 노 전 사령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통신 조회 등 수사 과정에서 노 전 사령관이 특정 시점마다 통화한 인물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 인물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위해 노 전 사령관을 부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이미 기소된 노 전 사령관이 지난해 12월3일 계엄 전 중요 시점에 집중적으로 통화한 인물이 있다면, 노 전 사령관 내란 혐의와 관련해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박 특검보는 그러면서 “제3자 내란방조 혐의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라기보다, 노 전 사령관과 ‘라포르(신뢰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확장성 있는 사건이 필요해 조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노 전 사령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 등과 계엄 선포 명분을 쌓기 위해 ‘북풍 공작’을 모의했는지 등 외환 의혹과 관련한 조사는 이날 집중적으로 이뤄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노 전 사령관 측 변호인도 이날 소환 통보가 제3자의 내란방조 혐의 관련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외환 의혹과 관련한 특검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검은 그동안 전담 인력을 꾸려 분석해온 노 전 사령관 수첩 내용 등을 토대로, 노 전 사령관의 주변 인물 조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30일엔 전북 군산에 있는 무속인 ‘비단아씨’ 이모씨의 점집을 직접 찾아가 조사했다. 이씨는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전 여러 차례 찾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군 관계자들 사진을 내밀며 점괘를 본 인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씨를 상대로 노 전 사령관과 교류했던 다른 무속인과 예비역 등에 관해 물어봤다고 한다. 특검은 노 전 사령관이 계엄을 기획·모의하는 과정에서 다른 예비역 등도 연루됐을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노 전 사령관 수첩 내용과 관련된 군사작전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6~11월 무장한 아파치 헬기를 동원해 서해 NLL 인근에서 위협 비행을 했다는 육군항공작전사령부의 작전을 비롯해 같은 해 10~11월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투입한 드론작전사령부 작전, 11월 정보사 요원들의 주몽골 북한대사관 공작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특검은 노 전 사령관이 이러한 작전 기획 등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은 이날 불법계엄에 공모해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를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구속 후 첫 조사도 이어갔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소방청에 하달하는 등 계엄의 주무장관으로서 내란죄에 주요하게 가담한 혐의 등으로 지난 1일 구속됐다.
폭염·폭우 등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가 극심해지면서 이를 보상하기 위한 ‘기후보험’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기후보험을 국정과제로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도 폭염 발생시 적용되는 지수형 보험을 내년 도입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보상 기준선과 기후 통계를 확보해야 지속가능성 있는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4일 정부·여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정기획위는 기후보험 도입을 국정과제로 채택하는 방안을 그간 논의해왔으며, 대통령실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확정된 국정과제들은 오는 13일쯤 발표될 전망이다.
기후보험은 이상기후에 따른 재산·인명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을 뜻한다. 현재 정부가 태풍이나 집중호우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운영하는 ‘풍수해보험’이나 농어민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농작물재해보험’, ‘양식수산물재해보험’ 등도 넓게 보면 전통적 기후보험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에 나온 기후보험은 급변하는 기후위기 대응에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기후위기는 폭염과 산불, 한파, 해수면 상승, 생태계 변화 등 다양한 형태가 될 수 있으며, 재산 뿐만 아니라 건강 피해, 작업 피해, 거주지 이전까지 여러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보험들은 재해로 인한 피해를 입증하는 게 어려워 보험금 지급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문제도 있었다.
해외에서는 전통적 보험이 가진 한계를 고려해 다양한 기후보험을 개발·운영해왔다. 미국에선 폭염·산불·겨울폭풍 등이 정전을 빈번하게 일으키자 정전 발생 여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홍콩과 마카오 등에서는 폭염 일수에 따라 야외 노동자에게 정액 보험금을 자동 지급하는 보험이 개발됐다. 카리브해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특정 수준의 허리케인 풍속이나 강우량 규모에 도달한 것만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정부와 보험업계에선 해외에서 도입한 여러 기후보험이 ‘지수형’이라는 점도 주목했다. 지수형보험이란 예를 들어 ‘35도 이상인 날이 3일 이상 발생’ 등 사전에 정한 기상 조건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인과관계나 피해액 등 손해 사정이 필요한 전통적 보험과 달리 피해자들에게 빠르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피해 조사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분쟁도 최소화할 수 있다.
국내에선 현재 환경부가 폭염 발생 여부에 따라 보장받을 수 있는 지수형 기후보험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출시를 목표로 손해보험협회 등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보험은 야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폭염에 따른 소득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며 “먼저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하고 확대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종 보험 상품으로 만들어지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지수 충족만으로 보상을 하는 방식이다 보니 적정한 기준을 설정하고, 적절한 보상금 수준을 산출하는 것이 과제다. 피보험자나 소속 기업으로부터 받는 보험료만으로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아 정부의 재정 지원도 논의해야 한다.
보험업계에선 통계 확보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손보협회 한 관계자는 “보험 상품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위험과 관련된 통계”라며 “기존의 상품들은 이미 공개돼 있는 통계자료들을 활용하고 상품 구조만 바꿔 개발할 수도 있었지만, 지수형 기후보험은 아직 생소하다보니 기후 관련 통계 확보가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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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 부의된 여야 쟁점법안인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2차 상법 개정안 중 방송법 개정안을 가장 먼저 상정했다.
애초 노란봉투법이 우선 상정 법안으로 거론됐지만 본회의 전 우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회동을 하고 법안 상정 순서를 합의했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중 무엇을 먼저 처리할지를 두고 고민을 이어왔는데 방송법 개정안 우선 처리에는 “언론·사법·검찰개혁 전광석화 입법”을 내세운 정청래 신임 대표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 107명은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국회법상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청하면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성향 시민단체, 민주노총에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언론개혁·방송개혁인가”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 대다수는 필리버스터에 반발하며 본회의장을 떠났다. 일부 남은 민주당 의원들은 “방송법 개정안은 방송을 국민의 손에 돌려주기 위한 법”이라고 외쳤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 진보당과 함께 필리버스터를 종료할 수 있는 의석(재적의원 5분의 3)을 확보한 상태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 종료는 개시 24시간 이후부터 가능하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5일 본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신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시작한 지 2분 만인 이날 오후 4시3분에 방송법 개정안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서를 제출했다.
여당은 나머지 쟁점 법안도 8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21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법안 역시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예고했지만 민주당은 마찬가지로 국회법에 따른 토론종결 표결 이후 법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개혁입법 드라이브와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계속 부딪히면서 정국이 경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MBTI의 광풍이 조금 수그러드는가 싶더니, 다시 새로운 분류 체계가 나타났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했던가? MBTI의 16가지보다 훨씬 단순한 이분법은 이른바 ‘에겐/테토’ 구별법이다. 에스트로겐(외래어 표기법은 ‘에스트로젠’이지만 여기서는 유행하는 용어를 따른다)과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에 사회적 규범인 ‘여성성’과 ‘남성성’을 투영하여 테스토스테론이 많으면 주도적이고, 직설적이고, 단순한 성향을 띠고, 에스트로겐이 많으면 다정하고 섬세하고 수동적인 성격이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에스트로겐이 많은 ‘에겐녀’는 전통적인 여성상,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테토남’은 전통적인 남성상을 일컫는다. 이 규범에 속하지 않으면 ‘남성이지만’ 에스트로겐이 많은 ‘에겐남’, ‘여성이지만’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테토녀’로 불린다. 호르몬으로 사람을 구별한다는 것이 다소 황당하지만, 에겐-테토 구별법(이하 ‘에토 밈’)은 최근 인터넷 콘텐츠에서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포진하며 유행 중이다. 문화인류학자로 불리는 강유미가 유튜브에 <에겐남에게 끌리는 이유>라는 패러디 영상을 업로드했고, 댄서 또또와 남편 어버의 러브 스토리는 ‘테토녀와 에겐남’으로 불리며 한 방에 조회수를 터뜨렸다. 최근에는 공중파 TV까지 진출해서 전성기가 끝났다는 진단을 받기도 했는데…이쯤 되면 기시감이 든다. 그렇다. 에토 밈은 그간 숱하게 반복되어온 ‘상남자/천상여자’, ‘선머슴’ , ‘초식남/육식녀’의 도식에서 눈 밑에 점만 찍고 돌아왔다. 이번에 찍은 점이 호르몬 모양일 뿐. 그렇다면 ‘왜’, ‘지금’ 이러한 구별법이 이만큼의 대중적 호소력을 가지는지, 무엇을 설명해준다고 느끼는지 같은 질문을 던질 때다.
먼저 에토 밈의 비판할 지점부터 짚고 넘어가자. 범박하게는 이분법적 구도의 한계가, 젠더 정치적으로는 성별 고정관념과 성차의 자연화에 문제가 있다. 이분법이란 무엇인가? 이것 아니면 저것, 세상이나 대상을 두 가지로 나누고 그 구별 안에서만 사고하고 평가하는 방식이다. 테토와 에겐,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거나 또렷하게 나뉘는 존재가 아니다. 주도적이면서 수동적일 수 있고 헬스장에 가서 쇠질을 하면서도 섬세할 수 있다. 개인의 성격이 절대적 고정값이 아니라는 사실은 속한 집단에서의 위치나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면모(사회적 가면, 페르소나)에서도 쉽게 드러난다. 지나친 일반화와 단순화. 이분법의 문제는 이처럼 뻔하지만, 바로 그 단순명료함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점이 포인트다. 보편적인 문화 관습에 기대어 성향을 설명하고, 이를 타인과 공유하는 행위는 편리함과 소속감을 보장한다. “걔가 테토녀잖아.” 이 한 마디가 압축하는 설명과 맥락의 경제성은 또 어떻고. 알 수 없는 알파벳의 조합이었던 MBTI보다 외우기 쉽고, 혈액형만큼 직관적이며, 평생 학습한 성역할 규범이 이해의 어시스트를 넣는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태초에 ‘남자다운 남자’, ‘여성스러운 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플랫]‘여미새’보다 문제적 취급 받는 ‘남미새’…‘남미새 빌런’이 시사하는 것
그렇다면 에토 밈의 유행은 대놓고 ‘남자답다’, ‘여성스럽다’라는 단어를 쓰기는 조심스러워지고, 성별 규범에서 어긋나는 면을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성인지 감수성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겠다. 과거 일본에서 ‘초식남’과 ‘육식녀’라는 말이 넘어왔지만, 아직 부드러운 남성성과 주도적인 여성성에 대한 수요나 이해의 토양이 부족했던 시기였기에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성별 고정관념에 기반하거나 이를 강화하는 표현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 현대인의 교양, 그럼에도 실재하는 규범적 여성성과 남성성을 언급하게 되는 2025년의 딜레마를 에토 밈이 구원한 셈이다. 하지만 이분법의 한계 역시 명확하여, 결국 에겐남이지만 테토 성향이 있다거나, 테토녀지만 에겐 성향이 있다는 혼종도 슬금슬금 등장하는 추세이다. 성별 고정관념과 성차의 자연화 문제는, 규범적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성찰 없이 특정 성향을 마치 호르몬처럼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상상하게 한다는 점이다. 남성성과 여성성은 사회문화적인 관념이고, 시대와 문화권과 권력에 따라 달라지며, 수행과 실천으로 구성된다. 욕심과 자기애를 마음껏 드러내는 4세대 걸그룹 노래 가사처럼, 이제는 조롱의 의미로 바뀌어버린 ‘상남자’의 용례처럼(혹시 BTS의 ‘상남자’처럼 이 시대에는 ‘테토남’이라는 노래도 나올 수도 있을까?!). 주도적이거나 단순하다거나 리더쉽이 있다는 성향이 애초에 왜 남성성-테스토스테론으로 분류되는지, 주도적인 여성은 그 자체가 아니라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즉 ‘남성성’을 소유한 여성으로만 설명되는지, 에겐남 묘사가 결국은 교묘하게 ‘여성성’을 피곤하고 쩨쩨한 것으로 멸시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지 등을 고민해 보면 이 밈을 맘 편히 즐기기 어렵다.
특히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여자나 에스트로겐이 많은 남자 같은 표현을 쓰면서도 실제로 외모에서 다른 성별의 특색이 보이면 혐오하거나 조롱하는 태도는 우려스럽다. 에토 밈에서 허용하는 테토녀는 어디까지나 옷차림이나 헤어 스타일, 태도, 가치관 정도의 수준이다. 앞서 언급했던 댄서 또또는 ‘수컷녀’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터프하고 독특한 행동으로 큰 인기를 끄는데, 그는 누가 봐도 사랑스러운 여성의 외양이며 기혼자다. 규범적으로 ‘충분히 여자’라는 알리바이가 있을 때에만 여성적이지 않은 면모도 ‘테토녀’라는 이름으로 승인받는 것이다. 털이 많다거나, 몸에서 남성적인 선이 보이는 여성, 남성적 수행을 하는 부치, 호르몬 치료를 받는 트랜스젠더 등은 에토 밈 세계관에서 철저히 비가시화된다. 애초에 에토 밈 자체가 연애 상담 블로그와 인스타툰에서 흥한 만큼, 이성애를 전제로 하면서 ‘어떤 스타일이 나에게 맞는지’ 탐색하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퀴어에게 테토녀나 에겐남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이유다. 에토 밈의 핵심을 꿰뚫는다며 온라인상에서 많은 공감을 산 표현이 있다. “테토녀 에겐남, 이거 그냥 갱년기 아닌가.” 나이가 들면 남자는 여자처럼, 여자는 남자처럼 변한다는 말이 경험에 근거한 사실로 군림한다. 성별에 따른 성향이 시기나 이유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면, 애초에 이분법적 구별 자체도 환상일 수 있다. 『조선의 퀴어』(박차민정, 현실문화, 2018)에서는 성별이분법에서 벗어난 존재도 그럭저럭 촌락공동체 안에서 어우러져 살았던 시대를 조명하며, 일제강점기 이후 식민지 정부의 단속과 의료적 개입이 개인을 민족이나 성별 같은 근대적 경계 안으로 포섭하여 통치하기 시작한 과정을 추적한다. 행정과 의학의 차원에서 성별을 고정하고, 공적 공간을 효율적으로 분할 통치하기 위해 각 성별에 걸맞은 외양과 행동을 세분화하고 통제한 역사를 살펴보는 작업은 공고해 보이는 성별이분법과 성 역할의 권위에 균열을 낸다.
그런데 이처럼 호모포빅한 면이 있는 에토 밈은 동시에 긍정적 전유가 가능하다. 개인은 평생 체화해온 문화 규범과 타고난 기질 안에서, 법적 성별에 부여된 규범과 일치하거나 불일치하는 성향을 모두 지닌다. 밈은 기존의 성별이분법에 맞지 않는 개인의 성향이나 관계성을 드러낼 때 부담 없고 유머러스하게 쓸 수 있다. 남성적이지 않으면 쉽게 여성화되어 멸시받고, 여성적이지 않으면 ‘무슨 여자애가’로 시작하는 육성 팔만대장경을 들으며 살아온 세상에서 자신을 테토녀나 에겐남으로 설명할 때 드는 안도감이나 해방감을 마냥 폄하할 수 있을까? 이는 이성애 커플 중에서 기존의 성 각본과 다른 결로 관계 맺고 존재하는 이들에게도 적용된다. 쉐프 정지선이 남편과 출연한 영상에 테토녀-에겐남이라는 수식이 붙었는데, 정지선의 남편은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반면 정지선은 한없이 무덤덤하다. 정지선의 남편은 결혼할 때 아내의 스드메까지 자신이 다 직접 찾아보고 예약했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전형적인 아내-남편 관계와는 다른 양상이다. 실제로 연애 프로그램에서 자주 목격되듯, 다정다감하고 잘 돌보는 성향은 이 시대의 새로운 남성성으로 부상한지 오래다. 여전히 ‘주도적이고 무심한 남자-섬세하고 다정한 여자’ 같은 도식을 강하고, MBTI의 틀을 빌려 ‘남자는 T(사고형), 여자는 F(감정형)’을 반복 재생산하는 현실에서 사소하게나마 다른 관계성을 미디어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다면 좋지 아니한가.
사회 속에 존재하는 한, 특정 용어와 해석으로 자신을 설명하고 타인을 파악하려는 욕망은 시들지 않는다. 이번 절기의 유행인 에토 밈은 기존의 성별이분법과 성역할에 기대어 규범 외의 존재를 대중적으로 포섭하려는 시도이자, 그 자체로 이러한 구별이나 성 각본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증명한다. 이중적인 파생 효과를 바라보며 다음 유행을 상상해 본다. 태어난 날짜, 혈액형, 자기보고 검사, 호르몬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오는 다음 주자는 아무래도…혈당?
▼ 이진송 계간 홀로 발행인
11조원이 넘는 정부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끌어와 대구경북신공항(TK신공항)을 짓겠다고 한 대구시의 계획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독단으로 결정된 사안이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이 계획안은 현재 재정 조달 문제에 직면해 있다.
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홍 전 시장은 재임 시절인 지난해 하반기 정부의 ‘공자기금’을 융자하는 형태의 TK신공항 건설비용 마련안을 확정했다. 시가 신공항 건설 목적의 지방채를 발행하면 정부가 공자기금으로 해당 지방채를 사들이도록 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게 골자다.
당시 신공항 추진 실무진은 공자기금 융자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반대했다. 해당 방안을 명시한 시 내부 문서에 ‘동의’를 의미하는 날인조차 실무진이 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홍 전 시장은 계획안을 고집했고, 결국 내부 문서에는 홍 전 시장만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통상 굵직한 사업이나 정책을 추진할 때는 지자체장과 함께 국·과장급 공무원들도 ‘동의한다’는 의미로 서명한다”면서 “(홍 전 시장만 서명했다면) 사업에 문제가 생길 경우 홍 전 시장이 혼자 책임지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TK신공항 건설사업은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 중이다. 시가 새 이전부지에 군공항을 먼저 건설한 후 정부에 기부한 뒤, 이전 군공항 터를 이양받아 개발해 얻은 수익으로 건설비를 충당하는 방식이다. 대구시는 전액 국비(2조5768억원 예상)가 투입되는 민간공항을 제외하고, 군공항 건설에만 11조5393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홍 전 시장은 당초 공공기관과 민간이 공동출자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해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문제로 결국 SPC 방식은 철회했다.
이후 등장한 게 공자기금 융자안이다. 당시에 이미 공자기금 융자에 따른 막대한 이자 문제 등 비판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시는 끝내 공자기금 조달안을 강행했는데, 거기에 홍 전 시장의 ‘독단’이 작용한 셈이다.
홍 전 시장 사퇴 후에도 시는 여전히 공자기금 융자안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현재 방안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TK신공항 특별법’을 개정해 이자 등 초과 사업비에 대한 국가의 재정지원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계획대로 공자기금을 끌어오려면 기획재정부의 내년도 기금운용계획안에 TK신공항 건설사업이 명시돼야 한다. 지난번 기재부 1차 심의에서 이 사업은 기금운용계획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TK신공항을 국정과제에 반영시키기 위해 최근 국정기획위와 이재명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12·3 불법계엄의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계엄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을 처음으로 소환 조사했다. 특검은 앞서 외환 의혹이 담긴 노 전 사령관의 수첩 내용을 분석한 데 이어 그가 계엄 전 여러 차례 찾은 무속인을 출장조사하는 등 주변 인물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은 4일 오전부터 노 전 사령관을 내란방조 혐의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민간인 신분으로 불법계엄을 모의한 혐의로 기소된 노 전 사령관은 구속된 상태다. 그가 작성한 이른바 ‘노상원 수첩’에는 ‘엔엘엘(NLL·북방한계선) 인근에 북의 공격 유도’ ‘북의 침투로 인한 일제 정리할 것’ ‘오물 풍선’ 등이 담겨 외환 혐의와 관련해서도 주요 가담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재판에 넘겨지지 않은 제3자의 내란방조 혐의와 관련해 노 전 사령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통신 조회 등 수사 과정에서 노 전 사령관이 특정 시점마다 통화한 인물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 인물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위해 노 전 사령관을 부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이미 기소된 노 전 사령관이 지난해 12월3일 계엄 전 중요 시점에 집중적으로 통화한 인물이 있다면, 노 전 사령관 내란 혐의와 관련해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박 특검보는 그러면서 “제3자 내란방조 혐의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라기보다, 노 전 사령관과 ‘라포르(신뢰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확장성 있는 사건이 필요해 조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노 전 사령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 등과 계엄 선포 명분을 쌓기 위해 ‘북풍 공작’을 모의했는지 등 외환 의혹과 관련한 조사는 이날 집중적으로 이뤄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노 전 사령관 측 변호인도 이날 소환 통보가 제3자의 내란방조 혐의 관련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외환 의혹과 관련한 특검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검은 그동안 전담 인력을 꾸려 분석해온 노 전 사령관 수첩 내용 등을 토대로, 노 전 사령관의 주변 인물 조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30일엔 전북 군산에 있는 무속인 ‘비단아씨’ 이모씨의 점집을 직접 찾아가 조사했다. 이씨는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전 여러 차례 찾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군 관계자들 사진을 내밀며 점괘를 본 인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씨를 상대로 노 전 사령관과 교류했던 다른 무속인과 예비역 등에 관해 물어봤다고 한다. 특검은 노 전 사령관이 계엄을 기획·모의하는 과정에서 다른 예비역 등도 연루됐을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노 전 사령관 수첩 내용과 관련된 군사작전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6~11월 무장한 아파치 헬기를 동원해 서해 NLL 인근에서 위협 비행을 했다는 육군항공작전사령부의 작전을 비롯해 같은 해 10~11월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투입한 드론작전사령부 작전, 11월 정보사 요원들의 주몽골 북한대사관 공작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특검은 노 전 사령관이 이러한 작전 기획 등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은 이날 불법계엄에 공모해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를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구속 후 첫 조사도 이어갔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소방청에 하달하는 등 계엄의 주무장관으로서 내란죄에 주요하게 가담한 혐의 등으로 지난 1일 구속됐다.
폭염·폭우 등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가 극심해지면서 이를 보상하기 위한 ‘기후보험’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기후보험을 국정과제로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도 폭염 발생시 적용되는 지수형 보험을 내년 도입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보상 기준선과 기후 통계를 확보해야 지속가능성 있는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4일 정부·여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정기획위는 기후보험 도입을 국정과제로 채택하는 방안을 그간 논의해왔으며, 대통령실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확정된 국정과제들은 오는 13일쯤 발표될 전망이다.
기후보험은 이상기후에 따른 재산·인명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을 뜻한다. 현재 정부가 태풍이나 집중호우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운영하는 ‘풍수해보험’이나 농어민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농작물재해보험’, ‘양식수산물재해보험’ 등도 넓게 보면 전통적 기후보험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에 나온 기후보험은 급변하는 기후위기 대응에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기후위기는 폭염과 산불, 한파, 해수면 상승, 생태계 변화 등 다양한 형태가 될 수 있으며, 재산 뿐만 아니라 건강 피해, 작업 피해, 거주지 이전까지 여러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보험들은 재해로 인한 피해를 입증하는 게 어려워 보험금 지급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문제도 있었다.
해외에서는 전통적 보험이 가진 한계를 고려해 다양한 기후보험을 개발·운영해왔다. 미국에선 폭염·산불·겨울폭풍 등이 정전을 빈번하게 일으키자 정전 발생 여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홍콩과 마카오 등에서는 폭염 일수에 따라 야외 노동자에게 정액 보험금을 자동 지급하는 보험이 개발됐다. 카리브해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특정 수준의 허리케인 풍속이나 강우량 규모에 도달한 것만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정부와 보험업계에선 해외에서 도입한 여러 기후보험이 ‘지수형’이라는 점도 주목했다. 지수형보험이란 예를 들어 ‘35도 이상인 날이 3일 이상 발생’ 등 사전에 정한 기상 조건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인과관계나 피해액 등 손해 사정이 필요한 전통적 보험과 달리 피해자들에게 빠르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피해 조사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분쟁도 최소화할 수 있다.
국내에선 현재 환경부가 폭염 발생 여부에 따라 보장받을 수 있는 지수형 기후보험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출시를 목표로 손해보험협회 등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보험은 야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폭염에 따른 소득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며 “먼저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하고 확대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종 보험 상품으로 만들어지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지수 충족만으로 보상을 하는 방식이다 보니 적정한 기준을 설정하고, 적절한 보상금 수준을 산출하는 것이 과제다. 피보험자나 소속 기업으로부터 받는 보험료만으로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아 정부의 재정 지원도 논의해야 한다.
보험업계에선 통계 확보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손보협회 한 관계자는 “보험 상품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위험과 관련된 통계”라며 “기존의 상품들은 이미 공개돼 있는 통계자료들을 활용하고 상품 구조만 바꿔 개발할 수도 있었지만, 지수형 기후보험은 아직 생소하다보니 기후 관련 통계 확보가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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